정주영

ae0b2537114f3.png



기간2002.03.23 ~ 2002.05.19
장소아트선재미술관 본관


전시개요

정주영은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진 조선시대 문인화가인 김홍도나 정선의 대표적인 작품 속에서 극히 일부분을 차용하여 그것을 대형 캔버스에 확대하는 작업을 선보여 온 작가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확대된 이미지에서 원본의 느낌은 완전히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그녀의 작업을 단순한 차용이나 패러디로 바라볼 수는 없다. 오히려 서구적 원근법과 차별되는 동양화의 독특한 시점인 삼원법(三遠法·아래에서 위를 보는 방식, 위에서 내려다보는 방식, 산 앞에서 산 뒤를 엿보는 방식, 이 세 가지 시점을 한 곳에 종합해 그림으로써 감상자가 작품 속에 들어가 노닐게 하는 것)을 통해 산수화에 한껏 빠져들어 그 속을 한가로이 거닐다가 어느 순간 작가의 시점이 머무른 곳을 거침없는 붓질로 투명하게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즉, 대상을 직접 바라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탁월했던 선조 문인화가들이 그들의 이상을 현실에 옮겨 놓은 그 회화적 공간 안에서 정주영은 그녀만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또 다른 풍경을 만나고 그것을 새로운 회화공간에 옮겨놓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작가의 글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이번 아트선재미술관에서의 전시를 준비하면서 머릿속에 마치 하나의 명제처럼 자리 잡은것이 있다. 그것은 「와유(臥遊) - 즐김과 덜음」이다. 와유란 산수화 감상의 독특한 방식으로서, 자연을 대하고, 보고, 그리면서 그 그려진 그림들을 감상의 공간으로 가져오는 과정에서 역으로 일어나는 순환의 매커니즘이다. 내 그림의 대상은 말할 것도 없이 실제의 자연이 아닌 와유가 발생하는 공간인(정선이나 김홍도 또는 그 밖의 다른 화가들의) 그림 그 자체이다. 나는 감상자로서 그림들을 소요하고, 그 행적을 '누워서'는 절대로 감상할 수 없을 크기의 화면에 옮겨간다. '즐김'은 감상으로서의 기쁨이며 (나에게 감상은 곧바로 '그리기'의 시작이다), '덜음'은 풍경속의 실재들을 거세하면서 상상으로서의 여백을 가설하려는 의미에서다. 유화 물감과 캔버스라는 형식이 와유의 또 다른 가능성을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또한 감상의 즐거움과 그리기의 덜어냄을 통한 새로운 보기-그리기의 출발이었으면 좋겠다. 행장을 꾸릴 때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주로 김홍도에 집중되었던 시각을 정선을 비롯한 그 주변 화가들의 그림으로 옮겨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내용면에서도 차용된 원본에 존재하던 실재 풍경들은 많은 부분 과감하게 생략되어 이전에는 두드러지게 구분되던 주체와 배경의 구분이 애매모호하게 흐려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옹천>에는 그 가파른 천길 벼랑이 보이지 않으며 <총석정>에는 기괴한 육각의 바위기둥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정주영의 작품들은 원본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관계 속에서 <총석정>의 바다는 여전히 육모의 돌기둥을 전제로 하고, <옹천> 역시 높은 벼랑 위를 올라가 천하를 내려다보는 시점과 이어져 작가뿐만 아니라 감상자에게도 상상력의 여백을 남겨두었다는 점에서 이전 작업과는 차별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경상북도 경주시 보문로 484-7 (신평동 370) 우양미술관

T. 054-745-7075 | F.054-745-7077

   

Copyrightⓒ 2025 Wooyang Art Museum.
All right reserved.


경상북도 경주시 보문로 484-7 (신평동 370) 우양미술관
T. 054-745-7075 | F. 054-745-7077
Copyrightⓒ 2025 Wooyang Art Museum. All right reserved.